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무엇을 써볼까
(쳇 결국 여자얘긴가)
모니터를 노려본다. 지금 의지 충만하다. 어떤 것이든 쓸 수 있고 무엇도 날 막지 못한다. 오만한 생각만이 뇌 조직을 감싼다. 그래, 나는 로맨쓰를 쓰겠다.(두 쓰쓰의 만남! 돈쓰쓰? 당신과 나의 전보? 아 유치해. 이로써 난 귀여니에게도 경멸당하는 인간이 되어버렸다.)존심 강한 뻿(fat? bed? 벳? 아임어벳벳보이?)워먼(women)이 한 세련된 부자에게(젊은 미남, 기업 후계자!) 구혼 받는 스토리가 괜찮을까? 이런 식으로 한 일곱 쪽 가량 썼었는데. 비슷한 클리셰가 넘치고 넘치잖아! 지워버렸다. 끄응, 좀 더 멋진 것 없을까…… 궁리하다가 나는 문득, 너를 떠올려버린다. 갑자기 모니터가 온통 뿌옇게 흐려진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겠다. 너에 대한 생각 때문에 더 이상 글을 쓰지 못한다. 어쨌든 연락을 끊었다. 네 얼굴이 보이지 않자 좀 편안해졌다. 쓰고 싶은 글을 그럴 듯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 집중해야 할 일에 나름대로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편안함은 일시적이었다. 오늘, 네 얼굴을 보았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부들부들 떨었다. 굳은 얼굴로 무슨 말을 할지 모른 채 끙끙댔다. 변변하게 맞대응하지 못하고 도망치고 말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당장 네 얼굴이 둥실 떠서 내게 다가온다면! 키보드를 놓고 그만 까무러칠 것이다. 얼떨떨하고 정신이 산만해서 가슴을 부여잡고 아무 일도 하지 못하겠지. 본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네? 그러나 세상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항상 모든 문제를, 그 중에서도 특히 자꾸만 생각나는 사람에 대한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리 흔합니까? 아마 아무도 내 질문에 답하지 못할걸? 모두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거다. 극단으로 나가면 결국 자살 외에는 답이 없지. 얼굴을 안보면 그리움이 옅어지고 결국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게 되지.(꿀꿀꿀!)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를 통해 삶을 살아나갈 수는 있어. 아 씨발 갑자기 짜증난다. 어디 이런 일뿐인가? 모든 일이 그렇다. 내 소설도 또한 그렇게 될 테다.
이만 하자. 우울해지기만 하고……당신! 지금 이 글이 소설로 불릴만한 물건이 아니라고 중얼거렸지? 제목을 읽으면서부터 중얼거렸던 바를 이제야 지적한다는 표정이구만. 이 종이뭉치는 일기에 불과해! 이따위로 써내도 작품이랍시고 행세할 수 있다니 기가 막히는군! 맞는 말이야…… 나도 실은 그런 생각을 내심으로는 하고 있었는데, 굳이 그런 식으로 말 안 해도 됐잖아! 그런 표정 짓지 않아도 됐잖아! 그냥 어물쩍 넘어가주면 안 돼? 사실 소설에는 이런 식의 어물쩍스러움의 가치도 포함되어 있다고도 생각해. 물론 생각만으로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 아니라고 생각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이 종이쪽을 쫙! 찢어버리면 그뿐이지. 그만 읽어! 그런 의구심을 가지고‘만’ 당신에게 내 소설을 읽히고픈 생각은 나도 없어. 다만 썩 좋지 못한 재정 상태니 내게 이문열에게처럼 반품비를 요구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군.
흠, 당신에게 지금부터 존나 재미난 무협소설을 선보이겠어! 출생의 비밀을 가진 한 거지가 무림을 뒤흔드는 고수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스토리지. 그 과정에서는 애잔한 사랑이야기와 존내 재밌는 전투 장면이 번갈아자하표국(紫河鏢局) 표두의 영애(令愛)인 양양(良勷)은 삼대문(三大門) 밖 거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는 은밀히 아버지의 명령을 받아 무림희대기보(武林稀代奇寶)를 운반 중이었다. 내리쬐는 햇빛에 온갖 사치스러운 장신구들이 비쳐 번쩍거렸다. 양양이 긴 생머리를 쓸어 올리자 그녀의 붉은 볼이 드러났다. 아주 예쁜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굉장히 흉한 얼굴도 아니었다. 잘 차려입어서였는지 멀찍이서 바라보면 미색이 돋보이는 귀부인의 자태가 물씬 풍겼다.
거지는 뭇 거지와는 달랐다. 그는 구걸하는 일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혹 몇 닢 던져주면 그는 오만한 표정으로 적선해준 자가 아주 당연한 일을 했다는 듯이 몇 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지극히 당당했다. 양양은 문득 거지에게 다가가 은자 몇 개를 그에게 떨구었다. 거지는 여느 때처럼 오만하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양양에게 픽 비웃음을 던졌다.
발끈 오기가 발동한 양양이 내쏘았다.
“뭐가 우습지요?”
“대 자하표국의 영애라는 분의 배포가 이정도 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 때문에 웃었소.”
양양의 입술에 핏기가 가시고, 호위무사들이 칼을 뽑았다.
“이 자식이 어디서 입을 함부로 놀려!”
한 호위무사가 거지의 목에 칼을 갖다댔다. 목에 살짝 피가 배어나왔다. 거지는 킥킥 댔다.
“해본 말인데 정말로 그런 것 같군. 입바른 말 한마디 했다고 애새끼처럼 징징대며 사람을 핍박해.” 모두 어이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제시될 거야.
차례차례 기연을 밟아가며 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게 되면 당신은 아마 손에 땀을 쥐게 될 걸? 하지만 너무 뻔하지. 모두 예측 가능해. 더군다나 이미 소설 쓰는 과정을 꽤 많이 경험한 나 같은 놈에게는 쓰는 과정에서 어떤 에피소드의 효과와 특정 캐릭터가 소설에서 작용하는 효과가 쓰는 순간 다 인지되어 버려서 감흥을 잃어버려. 소설 창작이란 건 한치 앞도 예측 못하는 이야기를 직조해가는 재미가 본질이 아니냔 말이지. 완성되는 순간까지 자신도 스스로가 만드는 이야기의 골자를 모르는 거에 가장 본질적인 매력이 있는 거 아니겠어? 창작과 읽는 재미의 쌍방일체! 그래서, 이런 바에야, 대체 소설을 쓰는 이유가 뭐지? 이건 다만 손가락 운동에 다름 아니지 않아? 아, 놔 갑자기 이 글을 그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고 있다. 어차피 이 글은 내가 시작한 글이니까 마음대로 끝낼게. 괜찮지? 당신이 괜찮든 그렇지 않든 내가 끝내고 싶으면 이 글은 끝이 나야하지.
끝
다음시간에 또 만나요~ …… 알지, 알아 이런 류의 장난은 의미가 없지. 어쨌든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야. 더 자유롭고, 좀 더 황홀하게 정신 못 차리는 글을 쓰지는 못하는 걸까? 이봐요, 당신 제가 불쌍하지도 않나요? 그렇게 활자만 뚫어지게 쳐다보지 말고 뭔가 아이디어를 좀 내보십쇼! 당신의 말을 경청하여 제 글에 반영하도록 노력은 해보겠습니다. 네? 일단 모텔, 호텔 방에서 시작을 해보라고요? 당신 잘하는 묘사 있지 않냐구요? 음? 그게 뭐지? (짐짓 눈알을 굴리며) 순진한 저는 그런 것 모르는데요? (눈을 게슴츠레 뜨며) 아, 예컨대 이런 거?
남녀가 나체로 뒤엉켜 있다. 남자는 여자의 아래를 게걸스레 핥고 여자는 남자의 남성을 닥치는 대로 빤다. 비비고 빠는 소리가 좁은 방안을 가득 울린다. 여자의 볼은 불그스름하고 남자의 표정은 곧 절정에 오를 듯 찡그려 있다. 일단 남자는 여자의 입에서 자신을 빼낸 다음 애무를 시작한다. 이마 코 입술 쇄골 가슴 배 배꼽 골반 뼈 털 빈틈 을 지나 허벅지 종아리 발가락까지 고루고루 빈틈없이 빨아주고 핥아준다. 여자는 연신 신음소리를 흘린다. 이윽고 남자는 여자의 빈틈에 자신을 넣는다. 한동안 남자가 허리를 뻘꺽거리고 여자는 두 다리로 남자의 엉덩이를 감싼다. 둘은 곧 땀에 젖는다. 이제 남자가 부르르 떤 다음 여자에게서 떨어져 나오고 여자는 찬 숨을 고르고 남자를 애띤 표정으로 바라본다. 남자는 여자를 한번 쿡 안아주고 잠시 여자에게서 이탈하여 담배를 피운다. 만족스럽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여자는 잠시 못마땅하다는 듯 남자를 응시하다, 담배를 빼앗아 자신의 입에 문다. 그리고 다시, 남자를 꼭 안는다. 남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휘휘 젓더니 다시 여자와 한판 신나는 놀음을 계속한다. 여자의 입에서 연신 담배연기가 흘러나온다.
이런 식으로 쓰라는 말씀이시죠? 조금의 파격이 적용되기는 했습니다만, 윗글에서는 굉장한 남성중심주의적인 가치가 내재되어 있습니다. 포르노를 즐겨보다가 저도 그런 가치에 꽤 함몰되어버린 셈입니다. 그런데, 위 글이 한 잣대로 단순하게 이리저리 재단할 수 있는 것일까요? 마초 중심주의적 가치관과 따로 존재하는 정의로운 쾌락이란 것이 존재하기나 할까요. 그 두개의 단어가 남자라는 존재에 굉장히 스무스하게 섞여 있지나 않은지. 그러니까 쾌락도 외면하지 않고 여자에게 그닥 피해도 주지 않고 살고 싶습니다만 중도를 지키는 것이 힘들다는 것입니다. 마치 플라톤이 당위로 제시하는 이데아와 아리스토텔레스의 현실위주의 사고관이 서로 맞싸우는 것과 비슷하게요. 완벽하게 한국이라는 사회가 강제하는 쾌락에 함몰되면 여자에게 무의식중에 피해를 주는 마초가 되고 그렇다고 일일이 여자에게 쩔쩔매다보면 주체적으로 쾌락을 느낄 남성성이라는 것이 사라져버리니까요. 이런 생각은 『이갈리아의 딸들』에 이미 잘 드러나 있는 것 같아요. 다시 생각해보면 이건 성간 차이의 문제가 아니라 개개인의 가치관의 충돌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글쎄, 위의 글처럼 쓰는 일에 뭔가 의미가 있고 또 당신을 완벽하게 흥분 시킬 수 있다면 저는 언제라도 몇 백번이라도 기꺼이 이런 식의 글을 써 제낄 수 있겠습니다만, 그런 글은 자체의 완성도도 낮고 쓰는 일 자체가 저급한 판타지를 저급한 독자들에게 부여하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아요. 그런 쾌락을 굳이 얻으시려면 제 글을 읽기보다 따로 포르노 영상을 구해 감상하시거나 삼차원 포르노 게임을 즐기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한 손은 사타구니에 놓고, 나머지 한 손은 휴지를 들고.(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문구인데? 아, 한손에는 칼 한손에는 코란!) 물론 아직도 저는 위의 글처럼 쓰는 일이 즐겁기는 합니다. 여자의 한 아름 포옹을 경험하고픈 제게는(올해로 25세 어휴) 쉽게 써낼 수 있는 묘사인데도 쉽사리 익숙해지지가 않는군요. 저 묘사를 쓰고 있는 동안 제 사타구니에 있는 물건은 음……별로 반응이 없네요. 단지 좀 낯 뜨거울 뿐입니다. 이 글을 쓰는 내내 태연한 체했지만 제가 한국에서 생활을 영위하는 이상 여러 도덕기율을 신경 쓰고는 있다는 사실은 좀 인정해주셨으면 합니다. 게다가, 도덕군자인 체하려는 것은 아닌데요. 사실 저는 몸매 죽이는 여성에게 환호하는, 표면화되고 물신화된 한국사회에 대해서 비뚤어진 마음이 있기는 합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저는 인간을 구성하는 대부분은 내면에 존재한다고 믿었다니까요! 남자건 여자건, 예뻤건 잘났건 간에. 공익 중에 생각이 좀 변화되기는 했어요(somebody do it! 이 밤을 take it!). 찐한 연애를 한번 하면 생각이 달라질까요? 아무튼, 그저 재미없을 뿐입니다. 매일이. 잠시만요, 화장실에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치질 때문에 항문이 움찔거리는군요. 가렵습니다. 항시 내 항문은 치질에 걸릴 태세가 되어 있습니다. 독한 변 한번이라도 보게 되면 금세 똥독이 올라버리죠. 잠잘 때 무의식중에 항문을 후비고 나서 아침에 일어나보면 제 오른손은 어느새 이상한 냄새가 흐르고 피투성이로 변해 있습니다. 아, 찌질하죠? 네 맞습니다. 찌질하기 짝이 없어요. 그러나 “찌질하다”는 문장으로 특정인의 행위를 준거로 삼아 그를 핀치로 모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모든 생각들은 생각으로써 존재할 때 허용되어야 합니다. 근친상간이나 살인이나 김정일을 찬양하다 못해 男(앗, 이게 아니었나요? 壈? 南!ㅋㅋ)의 기밀을 북에 넘겨준다거나 하는. 한다거나 뭐 그런 짓을 저지르지 않고서야. 사실 이런 말들은 너무 당연해요. 당연해서 쓸 필요가 없어요. 그동안 우리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핍박을 받아왔죠. 죽기도 많이 죽었고. 그래서 스스로의 생각조차도 검열해야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는지도 몰라요. 어차피 이런 저런 참혹한 생각들이 실제 행위로 이어지게 된다면 법적인 제제를 가할 수 있습니다. 뭐?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처럼 생각만으로 미리 처벌을 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구요. 영화나 소설에서의 결론을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작품에서 제대로 배운 게 없으시군요. 당연한 소릴 지금까지 지껄였습니다. 어디까지 이야기했죠? 제가 처음 무엇을 좀 쓰고 싶다고 했나요? 맞다. 로멘쓰 소설! 자신 있습니다. 저급한 당신을 만족시킬 자신이 있습니다. 자신 있는데, 기왕에 쓰려면 좀 통상구조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텐데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의 단초들은 통속적인 이야기 구조에서 별로 벗어나지 못했거든요. 그래도 써야 할까요? 써야만 할영수는 무료한 얼굴로 상무 명패가 놓인 탁자에 얼굴을 눕히고 있었다. 오늘도 아버지에게 꾸중을 들었다. 너는 동우그룹의 뒤를 이을 후계자야! 뭐가 후계자야…… 영수는 중얼거렸다. 아버지는 매일 내게 꾸중만 하시지, 나를 사랑해준 적이 없었어. 나를 단순한 도구로 보고 있어. 허탈하구나.
영수는 최근에 영희란 여자를 알게 되었다. 영수와 영희는 디스코텍에서 만났다. 영수가 영희에게 가만히 다가가 영희의 가슴에 백만원 가량의 돈다발을 넣었다. 영희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잠시 서 있었다. 잠시 뒤 영수는 눈앞에 불이 번쩍 한다. 영희가 돈다발을 꺼내 영수의 싸대기를 갈긴 것이다. 쓰레기 같은 자식. 영희는 엉엉 울며 디스코텍을 나섰다. 영희야 왜 그래? 영희의 친구들이 영희를 따라나섰다. 알바로 점철 된 영희의 일상에 단 하나의 탈출구였던 하루가 완전히 엉망이 되었다. 사람들은 땅바닥에 떨어진 돈을 줍기에 여념이 없다. 영수는 얼떨떨한 채로 가만히 서 있었다. 그는 화가 났으나 영희는 존내 예쁜 여자였다. 영수는 영희에게 반했다. 음, 그런데 단순히 예쁘다는 것으로 영희에게 반한 자신을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던 영수는 하나의 당위를 만들어 냈다. 이것이 그 유명한 클리셰! 부모님도 건드린 적 없었던 내게 손찌검을 하다니! 그래서 넌 매력 있어!(오 쉬벨) 영수는 돈을 줍는 군중에서 빠져나온다. 그 장면은 느린 화면이다. 영수는 비서에게 말한다. 저 사람들은 절도죄로 다 잡아 엮여. 넵 알겠습니다. 상무님! 아 병신 이렇게밖에 소설 못 쓰나?까요?
오 제발! 제가 쓴 모든 글이 별로 재미가 없어요. 이제 저 둘은 곧 이리저리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서로 연인이 되겠지요. 부럽기 짝이 없게도. (내 글에 틈입해 들어온 글의 존재는 이미 눈치 채고 있었습니다) 상투적이지 않으면 로멘쓰가 아니지요. 상투성을 벗어나면 굳이 저도 글을 쓸 이유가 없습니다. 그래도 상투적이라는 사실 자체에는 변함이 없어요. 허나 삶 자체가 원래 상투적이지요. 다들 상투성을 벗어나려고 그리도 애쓰고 애쓰지만 결국 다른 사람과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인생을 영위하고 결국 죽게 됩니다. 그래도 역시, 과거의 인간들과는, 내 아버지와는, 내 어머니와는, 내 삼촌과는 조금 다른 인생을 살고 싶기는 해요. 좆 같이 일만하다가 공부만 하다가 바닥에 쓰려져 뒤지는 것은 사양이라 이 말입니다. 열심히! 열심히! 일만하다가 승진! 승진! 돈은 많이 벌었지만 삶이 허무해지던 어느 날 어떤 여자를 알게 되어요. 그리하야 불륜은 급기야 벌어지고 그 행위로도 삶의 허무를 충족 받지 못한데요. 뭐 그러다가 위암이든 폐암이든 걸려서 죽어버리든지 뭐 그렇겠지. 적어도 이런 인생의 궤도에서는 내 삶이 좀 벗어났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는 생각처럼은 잘 되지 않는 듯. 차라리 거지가 되는 것이 마음 편하겠다. 에라 모르겠다. 철학소설이나 한 문단 써볼까?
물신화된 내 육체는 영혼의 한 가능성을 숨기고 있다. 인간의 원죄를 감당하는 당신에 대한 부러움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당신의 상(像)을 바라본다. 지금, 성경에서의 무책임한 전언들을 믿었던 과거가 허무하다. 왜 그리 병신 같았을까? 개개의 인간들이 다 병신 같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철학소설이란 무엇일까? 철학에서 풍기는 뭔가 어려울 듯한 느낌을 내 글에서 팍팍 풍기면 되는 것일까? 노마디즘에서부터 시작해 오리엔탈리즘을 벗어나 옥시덴탈로 귀결되고 끝내 콜로니얼리즘적인 포스트모더니즘적 희화화를 내 글에 확대 재생산시키면 되는 걸까? 철학서가 아니라 철학 소설 쓰려고 한다니까! 생각하게끔 하는 것. 독자들을 생각의 장으로 초대하는 것. 아니, 이것은 일반 소설도 곧잘 추구하는 일이잖아? 이 따위 글에 철학소설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나? 생각이 물씬물씬 일어나지 않는데 당신을 어떻게 초대한단 말인가? 미치겠네. 그냥 포기하는 편이 훨씬 낫지 않을까? 소설을? 나를? 당신을? 누구를 누가 끝장낸단 말인가? 왜 끝장내야 하는가? 단순히 삶이 무료해서? 그래. 무료.
무엇을 적어도 무료하다. 그러나 멈출 순 없다. 그러니 누가 제발 내 손 좀 멈춰
줘



덧글
taxboy 2009/03/24 22:59 # 삭제 답글
흥미롭군.쭉 읽었다. 넷북 모니터가 작은데다 독서실 책상등이 너무밝아 눈이좀 아픈거 빼면..
음...댓글도 올려진는 순간 까지 댓글달고있는 나조차도 몬소리 하는건지 몰르는게 댓글의 진정한 매력...아..
이해해라ㅋ
어쨌든 이거 이거 나는 괜春한데.
영쵸 2009/03/25 22:03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고맙소
blus 2009/03/29 17:53 # 답글
이거슨 또 무슨 환멸의 문학.ㅎㄷ
영쵸 2009/03/30 02:55 #
이 글의 핵심을 짚었군 ㅋㅋㅋ 사실 까도 돼
taxboy 2009/06/29 23:48 # 삭제 답글
다음에 만날땐 제대로 이야기 해주겠어..
영쵸 2009/06/30 14:47 #
ㅋㅋㅋㅋㅋ꼭 그리해주길 바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