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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와 전혀 연관 없어 보이는 뜬금없는 이야기로 시작해 본다. 미술가 라파엘로의 1510년 작 「아테네학당」을 보면 화면 가운데에서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는 사내와 손바닥을 아래로 향한 사내가 토론하듯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손가락을 위로 가리킨 사내는 플라톤이고, 손바닥을 아래로 향한 사내는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렇다면 아마도 플라톤은 소위 진리(이데아)는 저 하늘(우리가 겪을 수 없는 곳)에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일테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지상(경험) 안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논변하고 있는 것일게다. 오늘날 여러 철학자들에 의해 두 철학가의 논리는 둘 다 극단으로 치부되었다. 그리고 현시점에서 잠정적인 결론을 내리기를,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진리란 하늘과 지상을 왔다갔다 교차되는 것이라는 거다. 자 머리 아픈 이야기는 이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나는 『오늘부터우리는』을 보면서 위에서 언급한 「아테네학당」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토는 플라톤에, 미츠하시는 아리스토텔레스에 대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토는 자신만 옳다면(정의롭다면) 어떤 불리한 싸움이든 이길 수 있다고 말한다. 미츠하시는 상황에 따라서 비겁한 짓을 얼마든지 저질러도 승리하기만 하면 장땡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말 즈음에서 둘은 (현대 철학가들이 두 철학가들의 논리에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던 것처럼), 서로가 가졌던 성격을 (비록 성향에 있어선 차이가 나지만) 조금씩 공유하게 된다. 이토는 조금쯤은 치사해졌고, 미츠하시는 조금쯤은 정의로워졌다. 둘을 지켜보면서 나는 인간이 인지하려고 그토록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진리의 본모습을, 그리고 인간의 본모습을 알게 된다. 인간은 애초에 극단적인 동물이 아닌 것이다. 단지 양쪽의 극단을 영원히 헤매며 그래도 확정적인, 불변한 진리가 있을 것이라 울부짖는 불쌍한 신의 피조물인 것이다. 이것을 깨달은 나는 급기야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흠흠, 조금 오버했다. 완전히 본론으로 들어가서, 일찍이 『비바블루스』, 『상남이인조』등의 학원폭력물 만화는 우리에게 폭력과 관계된 감각적인 재미만을 채워주었다. 의리라는 정의를 빙자해 폭력을 행사하는 주인공들은 우리에게 폭력의 대리만족을 선사했던 것이다. 헌데 우리는 위에서 언급한 만화들을 보면서 왠지 그들이 행사하는 폭력에 사실 조금은 껄끄러웠다. 자신이, 또는 자신의 동료가 당한 피해보다 배로 갚아주는, 그리고 그 폭력을 리얼하게 묘사하는 그 표현들이 우리에게 폭력의 쾌감을 즐기게 하면서도 무엇인가 불편한 감정을 갖게 했던 것이다. 「오늘부터우리는」또한 소위 학원폭력물이라 불리는, 양아치들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다. 헌데 우리는 이 만화를 보면서 심리적으로 별로 불편하지 않다. 그것은 많은 폭력이 만화적인 '장난'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만화에서 표현된 '장난스러운' 폭력에서 입증된다. 장난스럽다는 것은 리얼하지 않다는 것이고, 리얼하지 않다는 것은 우리가 이 만화를 보고 실제 상황인양 폭력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른 이유도 있다. 그것은 이 만화의 주인공들이 단순히 껄렁한 양아치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는 주인공이 불량배라는 것으로 인한 독자의 심리적 불편함을 덜기위해 두 캐릭터의 탄생배경에서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 주인공 이토와 미츠하시는 전학을 오게 된 것을 계기로 '어느날 갑자기' 양아치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토는 다른 양아치의 불의를 보고서 그들과 맞서다 패배하여 불량배가 되기로 결심하였고 미츠하시는 다른 불량배가 자신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에 앙심을 품다 그에게 복수하는 것에서 쾌감을 느껴 불량배가 되기로 한다. 불량배 나름의 정당성을 획득하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차이 외에『오늘부터 우리는』은 다른 양아치물 만화와의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주인공들이 그들의 소심한 부분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것이다.『비바블루스』등의 학원폭력물의 주인공은, 대체적으로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등등의 고대 그리스 비극, 호메로스의 서사시에서 등장하는 영웅과 같은 성격을 드러낸다.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싸움이 닥쳐도 그들은 절대 쫄거나 겁먹지 않는다. 만화가 만화적일 수 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오늘부터 우리는』의 주인공 이토와 미츠하시는 다수의 적을 만나면 쫄대로 쫄고, 양아치의 폼을 있는 대로 구긴다. 우리는 여기에서 우리 소시민과 닮은 그 지점에서 심리적으로 동질감을 느낄 수 있게 되고, 또 그들의 소심한 행동에 대해서 웃음까지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들은 쫄기만 하지는 않는다. 단순히 깨지기만 한다면 어디서 양아치물 특유의 쾌감을 느낄 수 있겠는가. 그들은 절대적으로 자신이 지켜야 할 신념과 맞닥뜨리게 된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물론 독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법률적인 허용범위 아래서) 싸움에서 승리한다. 양아치물 만화가 가질 수 있는 쾌감도 버리지 않고 잘 살려놓은 셈이다. 사실, 『오늘부터우리는』은 본격 학원폭력물이라고 불리기보다는 코믹물이라고 부르는 것이 만화의 본질에 가깝다. 웃음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아니다, 코믹물 앞에 '감동'이라는 수사도 집어넣어야겠다. 두 명의 주연 캐릭터가 매력적인 것은 물론이고, 이 주연들과 악연으로 엮인 이마이, 나카노 등등의 조연들의 끈끈한 의리는 단순한 웃음만이 아니라 감동마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1권의 약간 지루한 인물묘사를 참고 두 캐릭터의 좌충우돌 불량배 성장기를 끝까지 지켜 볼 수 있다면 당신은 정말 참기 힘든 웃음과 감동을 작품을 읽는 내내 터뜨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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